#미국 해산물 축제, 시푸드 페스티벌에 가다

저번 주말, 남편과 함께 산타바바라 시푸드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사실 원래 계획은 생선이나 전복 한마리 사서 집에 오려했다. 솔직히 시푸드 페스티벌은 처음이라 그냥 생선이나 해산물 여러개 파는 곳일 줄 알았다. 그렇게 오전 11시쯤 남편과 함께 시푸드 페스티벌에 도착했다. 

 

해산물과는 전혀 상관없는 옷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그런데 웬걸, 입구에는 옷이나 그릇, 장신구등 재미난 아이템들을 파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게다가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음악을 연주해주는 악단도 들어와 있었다. 

미국스타일 행사 가수들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한채 항만쪽으로 걸어다니 그제서야 보이는 생선과 랍스터들.

하지만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역시 페스티벌은 개장하자마자 와야하는게 국룰인가 보다.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내가 랍스터를 보는건지, 생선을 보는건지, 사람을 보러 온건지 헷갈릴 정도 였다. 개인적으로 너무 사람 많은 곳에선 기운이 빠져버리는 극 내향성 infp라 순간 집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어졌었다. 

 

"오빠, 그냥 집에 갈까?" 라고 말하는 순간 나의 시야에 들어온 먹거리 시장. 

내가 좋아하는 랍스터 롤과 굴, 클램차우더 수프까지!

 

이 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우리가 줄을 선 곳은 바로 굴과 클램차우더 수프 집이었다. 줄이 너무 길어 다들 다른 곳에서 산 음식을 먹어가며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얻어낸 굴은 6개에 $20. 한국에 비해 많이 비싸다. 하지만, 사이즈가 비교가 안되게 크고 맛있다. 나 또한 그게 그맛이겠지 했지만 남편의 권유로 먹은 굴맛은 내 인생 최고의 굴맛이라고 표현할 만 했다. 단맛, 짠맛, 고기맛, 청량음료같은 시원한 맛, 모든게 다 들어가 있었다. 또 한번 먹고 싶어지는 맛이다. 백종원씨가 뉴욕가서 먹은 굴맛이 이런 맛이었을까. 

그 뒤로는 아예 자리를 잡고 수프와 랍스터 롤까지 클리어했다. 이제 배가 부를때 쯤 남편의 한마디

"나 저거 먹고 싶다고 하면 욕먹을까..?"

남편의 시야를 따라가보니 빠에야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근데 줄이 너무 말도 안되게 길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남편 소원하나 못들어주랴. "가도되지, 줄서자!" 쿨한 척 남편을 따라 줄을 섰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한시간이상 줄을 서게 될줄..

빠에야를 만들고 있는 멕시칸 형님들

줄을 기다리며 순간순간 내가 왜 이걸 기다리고 있나 싶은 어이없는 마음들이 생겨났지만 설레하는 남편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받아낸 빠에야는 한그릇에 $20이었고 홍합과 각종 해산물이 들어간 볶음밥 비주얼을 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게까지 기다려서 먹을만한 맛은 아니었다. 너무 맛있긴 한데, 그렇게 까지~? 싶은 마음이다. 남편의 마음을 은근히 떠보니 남편또한 동의하는 듯 했다. 그래도 남편 해보고 싶다는거 기다려줬으니 후회는 없겠지. 

미국 시골 페스티벌은 그냥 마을 사람들 하루정도 삼삼오오 모여서 간만에 인사나누고 맛있는거 먹는 그런 느낌인것 같다. 우리야 뭐, 딱히 아는 사람들이 많진 않기 때문에 먹방만 찍고 왔지만, 간만에 집에서 나와 사람들 구경하니 참 좋았다. 시골에서 살면 정말 심심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데 이렇게 주말에라도 나를 데리고 사람구경시켜주려는 남편이 고맙기도 했다. 사실 나는 서울에서만 살다가 미국 시골로 시집을 온거라 참 심심하고 할것도 없고 매일매일이 지루하다. 정말 남편하나 보고 결혼했지만 이렇게까지 주변이 고요할 줄이야. 내가 결정한 일이지만 이렇게 주말에라도 나오지 않으면 미쳐버리기 딱 좋다. 

여튼, 결론적으로 산타바바라 시푸드 페스티벌은 분명히 맛있는거 엄청 먹고왔는데 집에 왔을때 뻗어버리는 이상한 페스티벌이었다. 

 

#지루한 주말이 싫었다.

그냥 평범한 그런 주말이었다. 하지만 왠지 이런 뻔한 주말이 싫고, 뭔가 새로운 걸 도전해보고 싶은, 그런 무모함이 내 가슴을 치고 올라온 날이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제안했다.

"오빠 , 우리 차 없이 장 보러 가볼래?"

남편은 언제나 그렇듯 군말 없이 오케이를 날려줬다. 역시 내가 결혼 하나는 잘했다 싶었다. 그렇다, 내 남편은 별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 '트레이더 조' 마트를 향하여

그렇게 장보기 원정단이 꾸려졌고, 우리는 Trader Joe's(트레이더 조)라는 미국 마트를 가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Trader Joe's 마트는 높은 퀄리티의 식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미국에 몇 안 되는 진짜 괜찮은 마트 중 하나이다. 미국 주부들의 사랑을 받는 이 마트가 (우리 집 근처에는 당연히 없고) 차 타고 15분 거리에 하나 있었다. 

그렇게 주머니에 핸드폰, 지갑만 넣은 채 우리는 겁 없이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도착 언제 하냐

처음엔 몸이 가벼웠던 것 같다. 재밌었다. 하늘거리는 바람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도 모두 재밌었다. 그런데 아무리 페달을 휘저어도 곧 도착할 것 만 같았던 마트가 나오지가 않았다. 

"오빠, 우리 언제 도착해?"

앞서 달리고 있는 남편은 대답이 없었다.  그렇다, 이 남자는 페달 밟는 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내 말이 들리지도 않았다. 

그는 이미 내 시야에서 뿌옇게 사라지고 있었다.

 

그냥 나도 포기하고 계속 달렸다. 

 

#간절한 차 생각

그렇게 겨우 도착했지만 이미 난 많이 지쳐있었다. 진짜 조금만 사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했지만 역시나 결제의 순간엔 우리의 양손이 가득 차 있었다. (이건 진짜 변명이 아니고 다음 포스팅 때 트레이더 조 장보기를 한편 써야겠다. 한 번쯤 먹어보고 싶고, '이건도대체 어느 천재의 머리에서 나온 맛이야?' 하는 매력적인 식품들이 나의 손을 조종해(?) 카트에 담았다. 또 영수증은 다른 마트들의 절반 가격이니 이건 진짜 대박. 미국에 여행 오신다면 꼭 한번 트레이더조에 방문해보시길.)

그렇게 본능에 충실했던 나의 장보기는 비장하게 끝이 났다.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다시 자전거였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아무 말없이 페달을 밟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할 말은 많지만 일단 끝날 때까진 아무 말하지 말자 라는 무언의 약속이었던 듯하다

그는 또다시 그렇게 사라져갔다

 

시원했던 바닷바람은 어느새 내 머리카락과 합세해 얼굴을 철썩철썩 쳐대고 있었고 내 허벅지는 감각을 잃어버린 채 영혼 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달린 지 40분이 지나자 멀리서 우리 집이 보였다. 그날따라 언덕 위에 위치한 우리 집이 참으로 미웠다. 

 

#도착_원정대 실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죽음의 레이싱이 끝난 뒤 우리는 뻗어버렸다. 음식을 냉장고에 차마 넣지도 못한 채 그렇게 마트 원정대는 백기를 들어버렸다. 그냥 시켜먹을 걸...

 

#마무리

미국에서는 모두가 차를 탄다. 차가 아니면 이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친구 집, 산책로, 헬스장, 심지어 커피를 한잔 마시러 갈 때에도 차를 탄다. 나같이 본 투 비 한국 라이프가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점이 매우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조금만 걷고 싶을 때에도 땅이 너무 넓으니 결국 차를 타게 되고 이 때문에 살만 더 찐다. 왜 미국에 비만이 많은지 한 번에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게다가 저녁에 산책이라도 하려 하면 길가에 불이 다 꺼져 있다. 치안을 그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으니 총 맞기 싫으면 그냥 집에 얌전히 있는 편이 낫다.

이게 내가 느낀 미국 생활 중 가장 불편한 점 중 하나이다. 난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타입인데, 미국은 이런 타입의 사람에겐 매우 불편한 곳이긴 하다.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땐 실컷 걷고 뛰고 구르고(?) 해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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