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io Pizzeria 레스토랑의 피자는 나를 위로해 줬다.

 

# 출산을 한 친구네 부부를 만나고 온 저녁

즐거운 저녁 약속이 있었다. 우리가 한국을 다녀온 사이 출산을 한 친구 부부와의 간만의 조회였다. 

멀리서 그 부부가 걸어오는 모습이 더 이상 둘이 아닌 유모차 속 공주님이 함께였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반갑고 즐거웠다.

저녁식사를 하는 내내 출산을 한 친구가 분명 대견하기도, 멋있기도, 애틋하기도 했는데 그 끝에 남는 부러움과 씁쓸함은 무엇일까.

 

 

#어렸을 적엔 내가 이럴 줄 몰랐지

당연한 건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겪고 엄마가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줄 알았다. 

근데 막상 어른이라고 불리는 사회적 존재가 되고 보니 결혼과 출산이 결코 만만한 게 아니더라. 

그래, 어찌어찌 결정사까지 가입해서 너무 운 좋게, 타이밍 좋게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는 만나 결혼식까지는 올렸는데, 임신과 출산이라는 에베레스트급 미션은 감히 엄두가 안 난다. 

미국에선 없으면 안 되는 차 할부금에, 모기지(집 대출) 비용, 돈이 모자라서 도중에 하다만 부엌 공사, 다시 이어 붙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내 커리어, 매년 있는 가족 행사, 지금 아니면 못 간다 해서 근처로 다녀온 신혼여행 비용 등등.. 또 왜 건강하던 몸은 한 번씩 아픈 건지, 잘 달리던 차는 왜 한 번씩 퍼져버리는 건지.. 이렇게나 살면서 돈이 많이 나간다는 걸 어렸을 적엔 몰랐다. 괜시리 부모님이 더 대단해 보인다.

이렇게나 팍팍한데 도대체 어떻게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 양육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낳기만 한다고 저절로 크는 아기들이 아닐 텐데 도대체 친구들은 어떻게 생활비를 쪼개고 쪼개서 또 쓰는 걸까. 혹은 그만큼 여유가 있는 걸까. 그런 거면 정말 부러울 뿐이고.

남편에게 은근히 "아기 보니까 어땠어?" 하니 그냥 귀여웠단다. 아니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나의 침묵에 되려 묻는 남편 "왜? 우리도 애기 낳을까?"

".. 아니 우리는 아직 안돼잖아~ㅋㅋ" 괜히 웃으며 대답한다. 

거기에 나오는 대답이 더 가관이다. 

"애기는 낳으면 저절로 커!"

 

 

 

하. 10살 차이 남편, 이럴 땐 6.25 시절에 태어났나 싶다. 잠이나 자라.

 

 

친구 부부의 출산 소식과 함께 너무나 즐거웠던 저녁식사 시간 후 나에게는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 디저트와 같은 이유모를 부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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